미디어 아티스트 장진승의 프로젝트 <Data Circulation System>은 ‘데이터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험이다. 프로젝트는 데이터의 순환 과정을 재현하는 설치물로, 총 네가지의 프로세스이자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데이터를 능동적으로 수집하는 이동성을 지닌 로봇, 데이터 저장 클러스터, 그리고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데이터 캐비닛, 마지막으로는 데이터 순환과 연동되는 빛 데이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통해 장진승은 인간의 시각적 인식과 인지 경험에서 일어나는 지각 왜곡 현상을 프로젝트의 순환 구조를 통해 재해석한다.
본 프로젝트에 출현하는 자율 행동 로봇은 기존의 수동적 데이터 수집 방식을 능동적 채집 방식으로 변환하여 데이터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장진승의 의도에 기인한다. 자율 행동 로봇의 데이터 채집은 단순히 로봇에게 어떠한 객체를 선별하도록 하는 능력과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수집에서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수립하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삼는다. 여기서 채집 및 추출되는 정보는 양면 거울(two-way mirror) 유리문을 거쳐 옆방으로 이동한 후, 그 안에서 발광하는 빛의 데이터와 연동한다.
다양한 디스플레이를 포함하는 데이터 캐비닛을 마주하는 관객은 시각적 경험의 물리적 공간에 위치함으로써 데이터 시스템 안에서 주체이면서 객체이기도 한 양가적 존재로 탈바꿈된다. 일련의 정보 순환 구조 경험을 중심으로 장진승은 이해와 공감의 용이성을 갖춘 ‘데이터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을 시도하는 한편, 인식 체계와 인지구조의 재정립에 관한 실험을 위한 또 다른 원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