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승 아카이브 : 데이터 모노리스
씨알콜렉티브 오세원
고도로 발달된 외계인은 존재하는가? 지구는 생명체가 살만한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거나 또는 외계인이 사는 행성을 식민지화할 수 있을까? 어느새 우주에 대한 관심은 SF영화에 나오는 미래의 머나먼 공상과학이야기가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우주정복에 대한 당면과제로 전환된다. 정체모를 거대한 검은 돌기둥의 등장으로 목성으로 가던 지구의 우주인들은 이유를 알 순 없으나 동행하던 AI인 HAL의 공격을 받는다. 이는 개봉 55주년이나 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내용 중 일부이다. 영화속 검은 기둥은 모노리스(monolith)라 불리우며, 이후 외계인(괴생명체)의 도구 또는 고성능 컴퓨터 정도를 상징하게 되었다. 2023년 현지구에서 모노리스를 찾는다면, 전세계에 남아있는 오벨리스크나 최근 미중(美中)대립을 첨예하게 만들고 있는 엄청난 능력과 파괴력의 첨단컴퓨터인 양자 컴퓨터 정도가 현재판 모노리스가 아닐까 싶다. 이렇듯 모노리스는 미스터리한 인류권력의 이니셔티브를 상징함과 동시에 거대한 단일조직인 일괴암(一塊岩)을 상징하기도한다. 영화속 AI가 오작동인지 고도로 스스로 진화하여 자율적 행동을 취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을 공격한것과같이, 현재 알고리즘이나 AI도 우리의 신체 및 개인정보를 심각하게 침해할뿐만아니라 인간을 통제하고 종속시키며 종국에는 멸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위협의 여지를 끊임없이 노출한다. 우리는 인간 복제, 뉴럴링크, 자율 로봇 같은 하이테크 기술의 발전과 혁신성이 가져오는 편의에 대한 믿음에 기대면서도 동시에 거꾸로 증명되고 있는 근본적인 폐해들을 마주하게된다. 그리고 이분법과 보편성의 기준을 강화시키면서 국가/기업(國家/企業)의 이익/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사회 또는 자본권력에 대한 우려는 커져만 간다.
2023년 장진승 작가의 《데이터 모노리스 Data Monolith》는 곧 도래할 “미래인류에 관한 동시대 담론”을 건드린다. 작가의 웹페이지(http://jinseungjang.com/data-monolith/)에 들어가면, 기존 작업/디자인/전시와퍼포먼스 등 정보들과 함께 데이터 모노리스 프로젝트가 데이터화/아카이빙되어 있다. 꿈틀거리는 데이터모노리스 로고와 함께 4개의 섹션(monolith I, II, III, IIII)으로 분류되고, 건물, 흰색삼각형, 無(없음), 반도체칩, 네가지 아이콘들을 클릭하면 아바타 생성과 함께 각각의 특정 장소로 텔레포트된다. I는 오픈 세미나가 열렸던 장소로 세미나 내용들/문서가 모노리스처럼 세워져 있고, II에는 기계들이 가득찬 공간을 지나 지구 빙하기로 돌아간듯 흰 눈이 깔려있는 표면위로 추락하게 되며, monolith III에는 태초의 공간이자 사각의 링처럼 검은 빈 공간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IV에는 또 다른 인류와도 같이 거대한 기계들이 움직이는 공간으로 이동된다. 그리고 스크롤다운하면, 1절 데이터, 2절 이미지 데이터, 3절 문자 데이터, 4절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의 데이터 5절 빅 데이터, 6장 데이터와 정치, 7절 인공생명의 데이터, 8절 양자 컴퓨터와 시뮬레이션 데이터, 9절 인류의 자멸과 이미지의 부활, 10절 데이터 모노리스로 데이터->모노리스까지 의미를 신의 사역을 기록하듯 동일한 형식으로 적어놓고 있다. 결국 웹페이지는 디자인된 장진승 작업의 기억 아카이브이자 모노리스가 되었다. 작가 뮌(Mioon)의 웹아트 아트솔라리스(2016-2020)[1]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미술계의 카르텔”란 금기를 건드린 아카이브였다면, 장진승의 데이터 모노리스는 결국 데이터 담론의 구조와 조건들을 탐색하면서 이에 대한 관계 미학을 넘어 ‘하나-여럿의 횡단하는 다양체’를 통해 사변적 사유와 해석을 제안한다.
《데이터 모노리스》는 최근 경향을 반영하듯 온라인 전시를 표방한다. 기존 전시(展示)보다는 웹페이지와 메타버스 스페이셜(spatial)에서 참여자/아바타들과 자유롭고 창의적인 의견공유같은 프레젠테이션 워크샵-대담이 행해졌다. 오픈세미나에서는 “동시대 데이터 존재론 혹은 데이터 현상학”에 대한 고민으로 필자들을 모았다. 작업과정 – 물론 완성은 인쇄물 – 아날로그 모노리스 형태로 세상에 나올 것이다 – 에서는 네명의 필진 및 연구자와 함께 데이터, 다양체와 감각, 신을 대체한 과학의 보편성과 금기에 이르기까지 업투데이트한 논의를 다루면서 어떠한 낙관 또는 비관적 결론보다는 열린 결말 이면에 가려진 사회적 문제점을 드러낸다. 환영/유령의 대화들은 유효한 것으로서 저자의 죽음에 대한 회의, 상실의 감정은 극복된다. 또한 다자간의 논의과정 형태로서의 전시형식을 채택함은 사적 다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공론화로 융합된 좀 더 객관화된 의견임을 강화하고, 항상 들어왔던 자신의 모노-작업이 난해하다는 평가에 대한 대안으로서 적용, 답보적 프로젝트 진행상태를 일정부분 해소하려는 듯하다. 이는 미술계의 전시언어를 학습, 빠르게 적응해가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도있다. 장진승은 “프로젝트가 계속 어렵다고 생각이 드는데, 사실은 답이 없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얘기로 쉽게 그려지지 않기도 하며, 그렇다고 프로그램화로 청사진을 그리려는 것도 아니기 떄문에 큰 거시적 맥락 안에서 그 다음 맥락을 어떻게 짚어가고, 그 개인(작가)의 역할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은 스마트폰이든 뭐든 개인적인 디바이스를 통해서 벌어지는 것들 어디까지 우리의 (상상력과) 감각을 펼칠 수 있는가라는 게 조금 걱정이 되는 지점”이라고 작업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데이터 모노리스 대담에서)
특히 여기에 참여한 이광석 교수는 주민등록번호-데이터베이스-빅데이터-데이터자본주의-데이터양화 등의 “데이터”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용어변천과정을 통해 한국사회상황이나 경제적 문제를 환기시킨다. 또한 AI를 약지능(weak intellegence)과 강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egence)으로 구분, 곧 다가올 AGI에 대한 비관적 미래를 전망하면서, 기술에 매몰되기를 멈추고 기계-인간간의 밸런스를 맞추며 이미 도래한 차세대산업-데이터 사회(자본주의)-모노리스의 기회와 문제점에 대해 짚어나가는 아트앤테크 작업을 제안한다. 다만 아무리 첨단기술력을 부스터한다해도 코스트를 낮추지 못하면 제조력-유통에서 효율성을 거둘 수 없다. 비물질적 빅데이터산업이 제조산업과 궤를 같이 하고, 여전히 임금에 등급이 존재하는 이상 미래데이터사회에서도 불평등 같은 모든 폐해들이 잔재한다. 결국은 변화된 포스트 인간/노동의 문제다. 포스트미디어작업도 포스트-휴먼의 문제도 인간/물질과의 관계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공명할 수 있다.
장진승은 미디어작업을 직접 캐리아웃하고 그만의 영상이미지스타일링을 구축하면서 한국미술계에서 주목받아왔다. 오픈소스를 활용, 주요한 기술적 문제를 직접 해결하면서 기계 메커니즘을 체화하고 다양한 기술조력 및 협력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 아트-테크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드캐리해왔다. 즉 시각과 미디어 언어로 미학적접근을 시도함과 함께 사회적 구조화과정을 접하게 되면서 작가로서의 역량을 향상시켰다. 다만, 정보 및 하이테크 발전상에 대한 의심의 시선은 비판에서 비관으로, 그리고 판단을 중지하고 현상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씨알콜렉티브에서의 개인전 《L.A.P.S.E.》(2022)에서는 휴머노이드(humanoid)를 주인공으로 SF스토리를 창조해냈다. 그의 영상작업은 기계와 인간, 특히 물질-신체-하드웨어와 비물질-심리-소프트웨어 영역간의 혼종성과 사회적 작동방식의 변화된 관계에 대해 질문한다. 흥미로운 것은 영상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 인간이나 동물이 아닌 로봇일수도, 아님 반인반로봇의 하이브리드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리고 스토리를 통해 휴머노이드의 삶과 심리를 따라가면서 이들이 자연스럽게 인간/여우를 대체하고 사유하기를 닮아가는/혼란스러워하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존재론적 모호하고 양가적인 관계성을 하이브리디티라는 일종의 ‘현상적 워딩으로 수용’한다. 김남시 교수는 장진승이 기계-인간을 대립관계가 아닌 하이브리드로 인식하고 있는 태도를 짚으며, 작가가 인간과 기계의 “호환성(생생회화 2022)”과 그 사이의 “근친성을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22년 《생생회화》에 출품한 퍼포먼스-데이터 작업은 작가스스로의 고된 코딩노동을 멈추고 퍼포머의 미학적 근육노동과 데이터-사운드라는 테크놀로지에 기대어 그의 “근친성” 아이디어를 조금 더 세련되고 심플한 시각언어로 드러내고 있다.
팬데믹이나 기후변화로 비물질-비대면-포스트디지털의 비약적 진화와 함께 스스로를 반성하기 시작한 인간은 중심을 이동하여 ‘비인간/사변성/소수자’뿐만아니라 미래인류를 사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논의의 중심에 인간-기계와 정보intellegence-데이터data가 있다. 결국 장진승이 기획한 이번 전시 《데이터 모노리스》는 새로운 물질/비물질적 기계-기술환경과 인간(개인과 사회)과의 관계성에 대한 작가적 고민을 공유하고 사회의 근본적 구속으로부터 탈주(脫走)하기 위한 미래담론에 대한 정보/지식 제공 및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한 개인이 AI나 알고리즘으로 통제되고 소비되며 확증편향적으로 분열되는 정보-데이터로서의 삶의 패턴을 해체하고 자유를 얻기 위한 일종의 대안적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렇게 장진승의 문제제기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 씨알콜렉티브 오세원
[1] 빅데이터로 웹아트를 선보였던 작가 뮌의 아트솔라리스가 2016년 1월 초부터 아트솔라리스(artsolaris.org)가 인터넷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 미술계에 한바탕의 논란을 일으켰다. 공적기금의 전시정보만을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로 한국미술계에 형성된 네트워크와 개별 구성원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3차원 지도가 만들어졌고, 특정 인물들이 거론되며 금기시되었던 “미술계 카르텔”이란 용어가 회자 되기 시작했다.
인간 신체와 그 데이터. 장진승의 <Datenprotokoll>
김남시 (이화여대 예술학전공)
신체와 신체 데이터에 대한 장진승 작가의 관심은 2012년 처음 만든 <Data, Polaroids>로부터 시작된다. 이 작업은 성별과 나이, 인종 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다양한 피부색과 골격, 헤어 스타일과 복장을 한 사람들이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의 폴라로이드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격자식으로 배열된 사진 속 개인들의 서로 다른 모습이 폴라로이드 사진 특유의 흐릿한 색감과 균일한 정사각형 프레임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여기서 시작된 문제의식은 장진승 작가의 졸업작품이기도 했던 2017년 <Face De-Perception>으로 이어진다. 모니터 위에는 3D 센서로 움직이는 신체를 감지해 데이터로 변환시켜 주는 키넥트가 달렸고 그 아래엔 신호를 파형으로 변환해 보여주는 오실로스코프가 있다. 복잡한 선으로 연결된 이 기계장치들 앞쪽엔 극저음 대역의 사운드를 재생하는 서브-우퍼가 있다. 관객이 이 앞에 서면, 모니터에는 키넥트 센서가 감지한 얼굴의 눈과 코, 입의 위치가 점과 선으로 패턴화되어 보이는데, 그로부터 얻어지는 데이터를 오실로스코프가 파형으로 시각화하는 동안 서브 우퍼에서는 그 데이터에 상응하는 사운드가 울린다. 이 작업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개별의 물리적인 정체성을 소거하고 모든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인류의 유사성만을 극대화해 보여줌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어떠한 차별과 편견의 레이어를 상징적으로 삭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제작되었다…서로가 서로를 인지하는 방식의 간격 속에 기계라는 제3의 매체를 위치시키면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방식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방법을 제안하면서 차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도 전에 우리는, 우리가 접하는 상대방 신체의 ‘물리적 정체성’으로부터 그를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을 선 규정하는데, 여기에는 뿌리깊은 종교적, 문화적, 정치적 선입견이 적지않게 작용한다. 장진승 작가는 이렇게 생각한 듯하다. 타인의 신체에 대한 우리의 지각이 이처럼 ‘차별과 편견의 레이어’에 물들어 있다면, 이런 ‘인간적 지각을 해체 de-percetpion’하여 얻어지는 신체 데이터는 그 “차별의 고리를 끊는”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이 점에서 보자면, 관객의 얼굴을 오실로스코프 파형과 사운드로 데이터화하는 <Face De-Perception>의 기계장치는, 균일한 프레임과 색감을 가진 <Data, Polaroids>의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인간 신체의 태생적 물질성을 중립화 neutralize 하는 도구다.
그런데 신체의 데이터화는 이런 방향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많은 경우 신체 데이터는 그 반대 방향으로, 신체를 익명성의 보호망에서 폭력적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사용된다. 예를들어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중국 정부는 인파 속에서 수배 중인 범인을 특정해 검거하거나 무단횡단이나 안전벨트 미착용 등 교통법규 위반자의 신원을 확인해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이는 ‘개별신체의 물리적 정체성을 소거’하기 위해 사용한 <Face De-Perception>의 바로 그 기술을 역방향으로 적용한 것이다. 개인의 얼굴 패턴을 감지해 내는 얼굴 감지 Face Detection 기술은, 그 데이터에 기반해 그 얼굴의 주인을 특정하는 얼굴 인식 Face Recognition 과 언제라도 연동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이 기술은 군중 속에서 특정 인종이나 성별의 신체 특징을 가진 사람은 물론, 특정한 표정이나 제스쳐, 심지어 특정한 말을 하는 사람들을 선별해내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 (중국 정부가 이 기술을 소수민족 감시 시스템에 이용하려 한다는 사실은 이미 폭로된 바 있다.)
신체의 데이터화는 양날을 지닌 칼이다. 한편으로 그건 우리 삶을 놀랍도록 편리하게 해준다. 우리는 번거로운 비밀번호 입력 대신, 얼굴 데이터로 스마트폰을 열고, 은행거래를 위한 인증을 대신한다. 스마트워치는 나의 걸음과 운동량, 호흡과 맥박수를 측정해 피드백해줌으로써 건강관리에 도움을 준다. (이번 월드컵 한국-포루투칼 경기에서 주목을 끌었던 황희찬 선수의 검정색 내의도 이동거리, 속도, 심박수와 가속도를 측정해 선수의 상태를 체크하는 신체 데이터화 기기였다.) 병원에서 환자의 맥박과 호흡, 뇌파를 측정해 그 상태를 알려주는 기계장치가 사람들의 생명 유지에 도움을 주어온 지는 오래되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 신체가 담고 있는 정보들로의 접근 가능성이 커질수록 신체 데이터를 그 신체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활용할 가능성은 증가할 것만 같다. 실지로 2020년 이은희 작가와 함께 제작한 <<Decennium Series>>의 단편 영상 <The First Kid>는 그런 가능성을 상상한다. 여기에는 7살 아이의 신체를 DNA 수준까지 스캔해 얻어진 데이터로 아이의 적성과 능력을 세밀하게 측정, 그에 적합한 교육과정과 직업을 제시해주는 ‘유아적성능력검사’ 시스템이 등장한다. 적성과 능력에 맞는 전공과 직업을 찾을 때까지, 일시적 호기심과 우연, 과대(망상적) 포부 사이에서 방황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각자의 신체의 심층 데이터에 기반해 적성과 직업을 제시해주는 시스템은, 19세기 초 샤를 푸리에가 꿈꾸었던 것처럼 새로운 인류를 낳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The First Kid>에서 적성능력 테스트를 받는 아이는 어딘가 불안하고 갑갑해하며, 측정 결과 제시받은 미래의 직업적성 – 예술가! – 도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 같지 않다.
이후 장진승 작가의 관심은, 인간과 기술을 대비시키며 기술이 인간 지각의 편향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던 <Face De-Perception>의 기술-유토피아적 전망 대신, 모호하고 불안하지만 확실한, 인간과 기계 사이의 근친성을 수용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Deludes Reality>(2022)에 등장하는 휴머노이드는 자신과 똑같은 봇들이 제조되는 공장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자문하며 혼란스러워하고, 인간과 구별되지 않는 신체를 가진 <Data Monument>(2022)의 휴머노이드들도 그렇다. <L.A.P.S.E>(2022)에 등장하는 휴머노이드 Agent K.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박물관을 ‘모든 것으로부터 지키는’ 자신의 임무와 자기 존재의 무의미성을 토로하지만, 거기에 크게 괘념하지는 않아 보인다.
생생화화전에 출품한 <Datenprotokoll>(2022)은 인간과 기계에 대한 작가의 변화된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주목할만하다. 여기 사용된 기술은 <Face De-Perception>에 사용된 기술과 근본적으로 같다. 다른 점이라면, 우연히 장치 앞을 지나가는 관객들 대신 키넥트 앞에서 집중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두 명의 퍼포머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그 앞에서 몸을 움직이는 애저 키넥트는 머리, 목, 오른쪽과 왼쪽 각각의 손, 무릎, 쇄골, 어깨, 팔꿈치, 엉덩이, 발을 포인트로 삼아 그 움직임을 각 신체 포인트의 위치 데이터로 변환한다. <Face De-Perception>에서와 마찬가지로 작가는 이 데이터를 특정 주파수와 비트를 갖는 사운드로 변환해 들려준다. 그런데 퍼포머의 움직임을 도입함으로써 이전 작업에선 잘 드러나지 않던 새로운 측면이 부각된다. 인간과 기계의 호환성이다.
퍼포머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소리를 보고 들으면 언뜻 테레민 Theremin 연주와도 유사한 듯 하다. 하지만 그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손으로 전자기장을 간섭시켜 소리를 내는 테레민과는 달리 여기서 사운드를 발생시키는 건 열여섯 군데 신체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테레민의 소리는 온전히 손으로 제어가능하다. 그래서 그 앞에서 손을 움직여 소리를 내는 사람을 우리는 ‘연주자’라 부른다. 그런데 <Datenprotokoll>에서 몸을 움직여 데이터를 생성하는 퍼포머들을 그 결과 생겨나는 사운드의 ‘연주자’라 말할 수 있을까? 아무리 전문적인 무용수라도 손과 팔꿈치, 어깨와 쇄골, 무릎과 발, 오른쪽과 왼쪽 엉덩이 각각의 움직임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여기서 우리가 듣는 소리는 퍼포머가 의지적으로 제어하는 손과 발, 머리 등의 움직임과 그렇지 못한 다른 신체 포인트들의 비의지적 움직임의 합작품이다. 여기서 퍼포머의 몸은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생성시키고 있을 뿐이다. 움직이는 퍼포머와 그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는 각 신체 포인트의 데이터값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은 이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데이터로 전환되는 신체 움직임에서 우리는 인간의 의지적 행위와 비의지적 행위를 구별할 수 없다. 실지로 인간 신체의 움직임에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운동감각 Kinasthetic과 신경시스템 사이의 피드백 과정이 작동한다. 노베르트 위너의 말이다. “내가 연필을 들어 올린다고 가정해보자. 그를 위해서는 일정한 근육을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소수의 전문 해부학자가 아닌 이상 우리 모두는 그 근육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해부학자들조차 해당하는 근육 각각을 의식적으로 수축해 그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반대로 우리가 하려는 건 연필을 들어 올리는 것이다. 우리가 이를 결심하면 우리의 모션은 매 단계마다 연필이 아직 들어 올려지지 않은 만큼이 축소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할 수 있다. 행동의 이 부분은 완전히 의식적이지 않다. 이런 방식의 행위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우리가 매 순간 연필을 들어 올리는데 실패한 만큼의 양이 신경 시스템에 보고되어야 한다. 연필을 보고 있는 한 이 보고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시각적일 테지만, 더 일반적으로는 운동감각적 kinesthetic 혹은 자기수용적 proprioceptive이다.”
위너가 주목하는 건 연필을 들어 올리겠다는 결심 이후 실지로 이루어지는 행위다. 여기서 근육 움직임을 제어하는 건, 연필이 아직 들어 올려지지 못한 만큼의 양을 감지하는 운동감각과 신경시스템 사이의 피드백 과정이다. 여기서 “중추신경계의 가장 특징적인 활동은 신경 시스템으로부터 근육을 향해서 생겨나며, 다시 감각 기관을 통해 신경 시스템에 재-진입 re-entering 하는 순환적 과정이다.” 인간 신체의 움직임에는 운동감각과 신경계 사이에서 일어나는 정보교환 과정이 내재해있는데, 이는 인간에게 의식될 수는 없지만 수학적으로 계산가능하며 예측될 수도 있다. 이로부터 탄생한 것이 “기계나 동물에게서 제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전 영역”을 대상으로 삼는 사이버네틱스다. 로봇청소기부터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작동하는 사이버네틱스 기계들의 원리는 인간 신체의 움직임에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그렇기에 노베르트 위너는, 날아가는 비행기의 속도와 위치뿐 아니라 미사일을 피하려는 파일럿의 회피기동을 함께 계산해 적 비행기의 경로를 예측하는 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의 첫 스텝은 겉보기엔 불규칙하고 자의적인 듯 보이는 움직임의 패턴을 포착해 그를 계산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하는 일이다.
인간 신체를 데이터화하는 일에는 이미 인간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의 배아가 자리잡고 있다. 장진승 작가 작업에 이 둘 모두가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몸통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파편화된 골격을 지닌 장진승의 휴머노이드는 분명 인간 신체와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저 그들의 의무와 이유를 위해 존재”하는 “인간사회의 작동방식” (<L.A.P.S.E>)을 받아들이는 그는, 사실상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끝.
Human Body and its Data. Jinseung Jang ’s Datenprotokoll
Namsee Kim(College of Art & Design, Ewha Womans University)
Jinseung Jang’s interest in the body and body data begins with Data, Polaroids, which he first created in 2012. This work consists of Polaroid photos of people with eyes closed, various skin colors, skeleton, hairstyles, and clothes that can help you guess gender, age, and race. The different appearances of the individuals in the photos arranged in a grid forma strange contrast with the blurry colors unique to Polaroid photos and the uniform square frame. The critical view that started here leads to Face De-Perception in 2017, which was also the graduation work of Jinseung Jang. Above the monitor is a Kinect that detects a moving body with a 3D sensor and converts it into data, and below it is an oscilloscope that converts the signal into a waveform and displays it. In front of these mechanical devices connected by complex wires, there is a sub-woofer that reproduces sound in the low-pitched range. When the audience stands in front of it, the position of the eyes, nose, and mouth of the face detected by the Kinect sensor is patterned into dots and lines on the monitor. A corresponding sound sounds. About this work, the author says:“
It was produced with the intention of symbolically deleting any layer of discrimination and prejudice that each individual sees each other by erasing the individual physical identity of different people and maximizing the similarity of humanity that all humans have… I think it is possible to break the chain of discrimination by proposing a new way of looking at each other through objective data while locating a third medium called a machine in the gap of how each other perceives each other.”
In fact, even before we know what kind of person a man or a woman is, we predefine our attitude or mindset toward him/her from the ‘physical identity’ of the other person’s body we encounter, in no small part due to deep rooted religious, cultural, and political prejudices. Jinseung Jang seems to have thought like this. If our perception of the body of others is tainted with such a ‘layer of discrimination and prejudice’, the body data obtained by ‘de-perception’ of this ‘human perception’ can provide the possibility of ‘breaking the circle of discrimination’. From this point of view, the mechanism of Face De-Perception, which converts the audience’s face into oscilloscope waveforms and sounds, is a tool to neutralize the natural materiality of the human body, like the Polaroid photos of Data, Polaroids with uniform frames and colors.
However, the datafication of the body does not happen only in this direction. In many cases, body data is used in the opposite direction, violently pulling the body out of its protective web of anonymity. For example, using facial recognition technology, the Chinese government can identify and arrest wanted criminals in a crowd, or identify traffic violations such as jaywalking or not wearing seatbelts, and impose fines. This is the reverse application of the same technique used in Face De-Perception to ‘erase the physical identity of an individual body’. Face detection technology that detects an individual’s face pattern can always be linked with Face Recognition, which identifies the owner of the face based on the data. At will, the technology could be used to single out from a crowd people with certain physical characteristics of a certain race or gender, as well as people with certain facial expressions, gestures, or even certain words. (It has already been exposed that the Chinese government intends to use this technology for its minority surveillance system.)
Datafication of the body is a double-edged sword. On the one hand, it makes our lives amazingly convenient. Instead of entering cumbersome passwords, we open our smartphones with facial data and make user authentication instead of banking transactions. A smart watch helps you manage your health by measuring your steps, exercise amount, breathing and pulse rate and providing feedback. (Hwang Heechan’s black underwear, which drew attention in the Korea-Portuguese World Cup match, was also a body data-generating device that checked the player’s condition by measuring the distance traveled, speed, heart rate, and acceleration.) It has been a long time since mechanical devices that measure and inform the state have helped patients in hospital maintain their lives. In this way, the greater the possibility of access to the information contained in our body, the greater the possibility of using body data for the health and well-being of the body. In fact, The First Kid, a short video from the Decennium Series produced with Lee Eunhee in 2020, imagines such a possibility. Here, a ‘child aptitude test’ system appears that measures the child’s aptitude and ability in detail with the data obtained by scanning the body of a 7-year-old child to the level of DNA, and suggests a suitable curriculum and job. Thinking of people who spend time and energy wandering between temporary curiosity, coincidence, and exaggerated (delusional) aspirations until they find a major and job that suits their aptitude and ability, a system that propose it, based on in-depth data of each person’s body, may give birth to a new humanity, as Charles Fourier dreamed in the early 19th century. However, in The First Kid, the child who undergoes the aptitude test is somewhat anxious and cramped, and the future occupational aptitude presented as a result of the measurement – an artist! – doesn’t seem to make the child happy either.
Since then, instead of the tech-utopian prospect of Face De-Perception, which suggests that technology can overcome the bias of human perception, on the basis of contrasting human with technology Jinseung Jang seems to have changed his interest to the ambiguous and uneasy but certain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machines. And it tends to be moving toward accepting intimacy. The humanoids in Deluded Reality (2022) are confused while asking themselves why they exist in a factory where bots identical to themselves are manufactured, so do the humanoids in Data Monument (2022), either, who have bodies indistinguishable from humans. The humanoid Agent K., who appears in L.A.P.S.E (2022), expresses the meaninglessness of his existence in a museum that no one visits and no one pays attention to, with his mission to ‘protect from everything’, but he is not very concerned about it.
Datenprotokoll (2022), which was submitted to the “The Breath of Fresh” exhibition, is noteworthy as a work that shows the artist’s changed perspective on humans and machines. The technique used here is essentially the same as that used in Face De-Perception. The difference is that instead of the audience accidentally passing by the device, two performers intensively move their bodies in front of the Kinect. Azure Kinect, takes the head, neck, right and left hands, knees, collarbones, shoulders, elbows, hips, and feet as points and converts the movements into position data for each body point. As in Face De-Perception, the artist converts this data into sound with a specific frequency and beat. However, by introducing the movement of the performer, a new aspect is highlighted that was not well revealed in the previous work; the compatibility of man and machine.
When you see and hear the sound that changes according to the performer’s movements, it seems to be similar to the performance of Theremin at first glance. But there is a fundamental difference from it. Unlike Theremin, which makes sounds by interfering with electromagnetic fields with your hands, it is because there are 16 body points that generate sounds here. Theremin’s sound can be controlled entirely by hand. So, we call the person who makes sound by moving their hands in front of it a ‘player’. However, can the performers who generate data by moving their bodies in Datenprotokoll be called ‘players’ of the resulting sound? Even a professional dancer cannot independently control the movements of the hands and elbows, shoulders and collarbones, knees and feet, and right and left hips. Therefore, the sound we hear here is a combination of the movements of the hands, feet, head, etc., which the performer voluntarily controls, and the nonvolitional movements of other body points that are not. Here, the performer’s body does not ‘play’, but only creates data. The scene that shows a moving performer and the data values of each body point that changes in real time according to his movement illustrates this.
In body movements that are converted into data, we cannot distinguish between human volitional and non-volitional actions. In fact, in the movement of the human body, occurs a feedback process between the kinesthetic sensory system and the nervous system, which we cannot consciously control, Norbert Weiner said. “Suppose that I pick up a lead pencil. To do this, I have to move certain muscles. However, for all of us but a few expert anatomists, we do not know what these muscles are; and even among the anatomists, there are a few, if any, who can perform the act by a conscious willing in succession of the contraction of each muscle concerned. On the contrary, what we will is to pic the pencil up. Once we have determined on this, our motion proceeds in such a way that we may say roughly that the amount by which the pencil is not yet picked up is decreased at each stage. This part of the action is not in full consciousness. To perform an action in such a manner, there must be a report to the nervous system, conscious or unconscious, of the amount by which we have failed to pick up the pencil at each instant. If we have our eyes on the pencil, this report may be visual, at least in part, but it is more generally kinesthetic, or…proprioceptive.”
What Wiener pays attention to is the action actually taken after the decision to lift the pencil. What the muscle movement controls is a feedback process between the kinesthetic sense and the nervous system that detects the amount the pencil has yet to lift. Here, “its most characteristic activities are explicable only as circular processes, emerging from the nervous system into the muslces, and re-entering the nervous system through the sense organs.”
The movement of the human body has an inherent information exchange process between the kinesthetic sense and the nervous system, which is not conscious to humans but can be mathematically calculated and predicted. What was born from this was “the entire field of control and communication theory, whether in the machines or in the animals”, that is cybernetics. The principles of cybernetics machines that operate on their own without human intervention, from robot vacuum cleaners to self-driving cars, also work in the same way as the human body moves. So, Norbert Wiener was able to develop an anti-aircraft missile system that predicted the path of an enemy plane by calculating not only the speed and position of the flying plane, but also the pilot’s evasive maneuver to avoid the missile. The first step in all of this is capturing seemingly irregular and arbitrary patterns of movement and turning them into computable data.
The converting the human body into data contains the germs of the Humanoid that moves like humans. It is no coincidence that both of them appear in Jinseung Jang’s work. Jang’s humanoid, with its fragmented skeleton, clearly visible inside the torso, is seemingly different from the human body. However, the humanoid who accepts the “how human’s society works” (L.A.P.S.E) where all things “are actually there for their duty and reasons” does not seem very different from us humans who live like that.
‘보는 기계’의 세계에 대한 장진승의 질문들
김지훈(영화미디어학자, 중앙대 교수)
2010년대 후반 이후 장진승의 비디오 및 혼합매체 설치작품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탐구한다. 인간 관찰자(seer)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보기(seeing)를 함축한 이미지는 인간에게 무엇을 뜻하는가. 데이터가 비물질적 상태를 넘어 다양한 객체로 변환되고 나아가 인간의 정체성과 의식 및 상상력마저도 재구성할 때 우리의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달리 말하면 그러한 재구성이 그리는 세계상[world picture]이란 어떤 모습인가). 이와 같은 질문은 컴퓨터 시각과 인공지능 기반의 시청각 인식 시스템을 최근 활발히 실험해 온 트레버 패글린(Trevor Paglen),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되고 움직이는 행위자들을 통해 디지털과 육체적인 것, 심리적인 것 간의 다양한 관계를 변주해 온 에드 앳킨스(Ed Atkins)를 환기시킨다. 물론 패글린과 앳킨스의 작품들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될 수 있는 많은 디지털 미디어학자 및 기술철학자들의 사유 또한 장진승의 작품 세계와 접속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계보는 해당 작가들과 비교하여 장진승의 작품이 갖는 완성도를 비평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그의 작업이 포스트인터넷과 포스트휴먼 등의 키워드로 검색되고 도출되는 다양한 인식론적, 존재론적, 문화적 질문들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기 위한 초기 설정일 뿐이다.
장진승의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 졸업 프로젝트인 <Face De-perception>(2017)은 키넥트(Kinect) 및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와 연결된 안면인식 알고리즘 시스템이다. 컴퓨터와 연결된 카메라로 포착된 사람들의 얼굴은 흑백 데이터로 1차 저장되고, 이 데이터는 알고리즘의 연산을 통해 점 데이터와 소리 정보로 변환된 후, 다시 오실로스코프를 통한 변환을 거쳐 얼굴의 형상에 대한 시각적 패턴으로 최종 산출된다. 이와 같은 다단계의 변환 과정을 연결하는 시스템의 오퍼레이션(작가의 번역어는 ‘구동’이다)은 “각기 다른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개별의 물리적인 정체성을 소거하고 모든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인류의 유사성만을 극대화해 보여주기”이고, 이 오퍼레이션이 의도하는 기능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어떠한 차별과 편견의 레이어를 상징적으로 삭제하기”다. 이와 같은 기능을 작업의 제목과 연결시켜보면 장진승의 문제의식이 도출된다. 즉 제목에 포함된 ‘De-perception’은 인간의 지각(perception)이 자연적인 역량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사회적 ‘차별과 편견’의 산물임을, ‘de’라는 접두사는 바로 이러한 ‘차별과 편견’의 제거를 의미하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제기하거나 제기될 수 있는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는 패글린과 웬디 희경 전(Wendy Hui Kyong Chun), 케이트 크로포드(Kate Crawford),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등이 제기하는 질문으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네트워크를 결합한 컴퓨터 기반 이미지 제작 및 순환 시스템이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오늘날 공항 검색대 및 경찰에서의 잠재적 범죄자 관리에 활용되는 안면인식 시스템의 사례에서 보듯 컴퓨터 기반 미디어의 구축, 확산, 오퍼레이션에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내재되고 오히려 그러한 차별 및 편견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다. 둘째는 과연 인간적 지각이 제거된 이와 같은 시스템이 인간과 세계를 보는 방식은 어떠하며 그 시스템이 시각화된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이다. 장진승의 작품들 일부는 분명 두 번째 질문의 탐구에 주력한다. 예를 들어 <Face De-perception>의 테스트 및 오퍼레이션 현장을 기록한 도큐멘테이션 비디오인 <(Miss) Understood>(2017)에서 관객의 시점은 안면인식 시스템의 시점과 동일시된다. 관객은 시스템과 다양하게 상호작용하는 참여자들의 모습은 물론 이들의 얼굴을 자동적으로 인식하고 변환함으로써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추상적인 선의 패턴 및 사운드의 변화, 그리고 수치적으로 환산되는 데이터 값의 변화를 체감한다. 이처럼 인간과 세계를 인식하면서도 인간과 세계의 형상되는 다른 이미지를 산출하는 기계, 즉 패글린이 말하는 ‘보는 기계(seeing machine)’의 작동 방식 및 이 기계가 산출하는 데이터를 시각화하거나 다양한 물리적 객체로 변환하는 것이 장진승의 작품에서 중요한 탐구 대상 중 하나다.
이와 같은 탐구는 오늘날 자동화 사회를 구성하는 인터페이스와 기반시설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이은희 작가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Decennium Series>(2020)의 두 번째 에피소드 <Before Termination>에서는 전직 택시기사로 자율주행 택시인 ‘아이리모’를 운전하는 운전자가 홀로 택시에 탑승하여 귀가하는 과정을 기록한다. 관객은 고글을 쓴 운전자의 시점에서 아이리모의 장치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도로 및 거리 정보를 사고 직전의 순간까지 체험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장진승의 관심은 자율주행 시스템에 내재된 위험을 드러내거나 플랫폼 노동에 예속된 주체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 관심은 공공의 영역인 도로의 신호 체계가 사유화된 자동화 체계로 대체되면서 펼쳐지는 정보화된 세계의 탈-인간적 공허함과 예측 불가능성을 가상현실의 체화된 감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또한 <Data Circulation System>(2020)에서 장진승은 <Face De-perception>에서의 안면인식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Data Cabinet>, 데이터를 수집하는 자율 행동 로봇을 포함하여 데이터의 순환 및 저장 과정을 기반시설의 차원에서 관객이 지각하게끔 한다. <Before Termination>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의 데이터를 조작하는 기사가 데이터 체험의 주체가 되듯, 관객은 이 시스템 내에서 데이터의 제공자(객체)이자 데이터로 변환되는 자신을 바라보는 주체가 된다.
이처럼 장진승은 자동화되고 본질적으로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보는 기계’의 오퍼레이션과 그 결과물로서의 시각 및 이미지를 탐구해 왔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이와 같은 기계의 접속을 바탕으로 순환하는 데이터가 주체와 객체 간의 구별, 물리적 공간과 가상적 공간의 구별을 무화하거나 재구성하는 방식 또한 질의한다. <Delusional Reality>(2021)에서 장진승은 시뮬레이션이 자연과 기억의 바탕을 이루는 세계에서 창조된 메타휴먼의 모험을 극화한다. 이 캐릭터는 바다의 냄새와 짠 기운, 극지의 추위를 느끼면서 자신의 좌표를 인식하고 자신과 같은 메타휴먼을 대량 제조하는 공장을 경유하여 자신의 제작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처럼 물리적 시공간의 법칙을 거슬러 유영하는 버추얼 휴먼의 자기 탐색은 인간과 자연의 전통적 경계를 넘나들며 전개되지만, 그 탐색이 이루어지는 모든 공간은 비디오게임과 머시니마(machinima)에서 흔히 활용되는 3차원 컴퓨터 그래픽으로 렌더링된 세계의 일부다.
이와 같이 총체적으로 가상화된 세계, 그래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근본적으로 지워진 세계가 <Delusional Reality>의 주제라면, 물리적 세계와 가상적 세계는 그저 혼융된 상태로 존재하는가, 또는 그 둘 사이에 간극은 없는가라는 질문 또한 제기될 수 있다. 장진승의 가장 최근 작품 <Virtual Chronotope>(2022)이 바로 이 질문을 탐구한다. 물리학에서의 가상 입자(virtual particle) 개념을 성찰한 이 비디오 에세이에서 장진승은 도시의 흑백 실사 이미지와 이에 대한 모노크롬 이미지, 그리고 적외선 카메라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모노크롬 톤의 그래픽 이미지를 파노라마적인 수평 트래킹을 모델링한 가상 카메라 기법으로 연결시킨다. 이와 같은 시각적 연속성은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의 중첩과 호응하면서도 실사 이미지와 그래픽 이미지 간의 간극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그 간극은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 사이의 불일치에서 파생하는 자유 공간(free space), 화자의 내레이션에 따르면 ‘많은 레이어와 에너지를 함축한 공간’을 지시한다. 그 레이어와 에너지가 무엇이고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가를 이 작품이 밝히지는 않지만, 장진승이 CGI와 디지털 시각화를 통해 향후 작업에서 심화할 질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Jang Jinseung: Questioning the World of the ‘Seeing Machine’
Jihoon Kim
Since the late 2010s, Jang Jinseung has been exploring certain questions through his video and mixed media installation work: What does it mean for human beings when images allude to “seeing” that no longer requires a human “seer”? What happens in our world when data transcend their nonmaterial state and transform into different objects that reconstruct human identity, consciousness, and even imagination? (In other words, what kind of world does this reconstruction create?) These questions recall the work of Trevor Paglen, who has recently been actively experimenting with audio-visual recognition systems based on computer perspectives and artificial intelligence, or Ed Atkins, who has used computer graphic-synthesized moving actors in variations on the different relationships that exist between the digital, the physical, and the psychological. To be sure, it is also possible to draw connections between Jang’s artistic work and the ideas of the many digital media scholars and philosophers of technology who can be invoked to explain the work undertaken by Paglen and Atkins. The reason for this pedigree is not to speculate on or critically evaluate the quality of Jang’s work in comparison to the work of those other artists. I am simply stating this early on to establish how his work engages with the various epistemological, existential, and cultural questions that are searched for, and identified through, keywords such as “post-internet” and “post-human.”
Face De-perception (2017), Jang’s graduation project at 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is a facial recognition algorithm system linked to Kinect motion sensing and an oscilloscope. Human faces captured by the computer-linked camera are first stored as black-and-white data, which is then converted into pixel data and sound information through algorithm calculations. Converted once again through the oscilloscope, that information is finally outputted as visual patterns for the facial shapes. The system operation that ties together this multi-stage conversion process “erases the individual physical identities of different people and shows them in a way that maximizes the similarities common to all human beings.” The intended function of the operation is to “symbolically delete the layers of discrimination and preconception through which we view each other.” We can identify Jang’s critical stance by drawing connections between this function and the work’s title. The “de-perception” part signals that human perception is a product of socially based “discrimination and preconception” that cannot be reduced to natural capabilities, with the “de-” prefix referring to the removal of those same discriminatory attitudes and preconceptions.
There are two questions that this raises, or that could be raised in connection with this. The first is the same question asked by figures such as Wendy Hui Kyong Chun, Kate Crawford, and Hito Steyerl: Is it not the case that computer-based image production and circulation systems combining algorithms with AI networks are actually far from objective or neutral—that they both reflect and reinforce societal discrimination and preconceptions in the construction, dissemination, and operation of computer-based media, as we see in the examples of facial recognition systems used for airport security and police profiling?[1] The second question concerns how human beings and the world are actually seen by these systems from which human perceptions have been removed, and how the world looks when these systems have been visualized. Some of Jang’s works clearly focus on investigating the second question. In (Miss) Understood (2017), a documentation video showing the testing and operating of Face De-perception, the viewer’s perspective is identical to that of the facial recognition system. In addition to seeing the participants interacting in different ways with the system, the viewer also experiences changes in abstract line patterns and sounds produced in real time through the automatic recognition and conversion of their faces, along with changes in the numerically converted data values. As this shows, a major focus of exploration in Jang’s work has to do with the operations of devices that perceive human beings and the world yet compute different images of them—what Paglen refers to as “seeing machines”—and the visualization of the data computed by these machines or their conversion into various physical objects.
These explorations broaden into the realm of the interfaces and infrastructure that constitute today’s automated societies. Before Termination, the second episode of his omnibus film Decennium Series (2020) produced in collaboration with artist Lee Eunhee, documents the process as a former taxi driver and current driver of the self-driving taxi “I-Limo” gets in a taxi alone to go home. From the perspective of the driver who is wearing goggles, the viewer experiences the I-Limo’s real-time updates of road and distance information up until the moment just before an accident. Jang’s focus with this film is not simply to show the inherent dangers of self-driving systems or imagine an agent subjugated by platform labor. He is using the embodied perceptions of virtual reality to communicate the post-human emptiness and unpredictability of the informatized world that emerges when the public realm of road signaling systems is supplanted by privatized automation systems. In Data Circulation System (2020), Jang presents the viewer with perceptions at the infrastructure level as data are circulated and stored, including Data Cabinet which visualizes facial recognition data from Face De-perception and a self-operating robot that gathers data. Just as the driver manipulating self-driving system data in Before Termination becomes the subject of the data experience, the viewer in this system is both a provider of data (object) and a subject watching themselves being converted into data.
In these ways, Jang Jinseung has explored the workings of automated “seeing machines” that essentially do not require human beings, and the perspectives and images that they give rise to. In the process, he interrogates the ways in which the data circulated through these machines’ connections neutralize or restructure the distinction between subject and object, or between physical and virtual space. In Deluded Reality (2021), he offers an extreme adventure of the meta-human created in a world where simulations form the basis of nature and memory. The character here establishes their bearings as they sense the smells and salt of the sea and the cold polar temperatures, passing by a factory that mass-produces similar meta-humans as they trace back the origins of their own creation. The self-exploration of this virtual human swimming against the rules of physical time and space unfolds in a way that blurs the traditional boundaries between humans and nature, but all the spaces in which that search takes place are part of a world rendered in the same 3D computer graphics often used in video games and machinima.
While the theme of Deluded Reality is a world rendered completely virtual, one in which the boundaries between the real and virtual have been fundamentally erased, we may also raise the question of whether the physical and virtual worlds simply exist in a blended state, or whether some gap exists between the two. This is the question explored in Jang’s most recent work Virtual Chronotope (2022). A video essay reflecting on the concept of the “virtual particle” in physics, it has the artist using virtual camera techniques—modeling a panoramic form of visual tracking—to connect black-and-white images of an actual city with monochrome versions of those images and monochrome graphic images that recall those recorded by an infrared camera. The continuity in perspective corresponds to the layering of real and virtual space, yet it also draws attention to the gap between the real and graphic images. Moreover, this gap denotes a “free space” that emerges from the lack of correspondence between the real and virtual space—what the narration describes as a “space containing multiple layers and energies.” The work does not share what these layers and energies represent or what potential they harbor. But they are definitely questions that Jang Jinseung will continue to explore through CGI and digital visualization in his future work.
[1] For more on these questions, see Wendy Hui Kyong Chun, Discriminating Data: Correlation, Neighborhoods, and the New Politics of Recognition (Cambridge, MA: MIT Press, 2021); Kate Crawford, Atlas of AI: Power, Politics, and the Planetary Cos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New Haven, CT: Yale University Press, 2021); Hito Steyerl and Trevor Paglen, “The Autonomy of Images, or We Always Knew Images Can Kill, But Now Their Fingers Are on the Triggers,” in Hito Steyerl: I Will Survive, eds. Florian Ebner et al. (Leipzig, Germany: Spector Books, 2021), 239–256.